글감찾기, 산책을 곁들인 54

연봉협상: 테이블 위의 숫자들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 내 눈앞엔 두 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다. 하나는 내가 매일 보고 쓰는 진짜 책상. 커피잔 자국과 메모로 어지럽지만 익숙하다. 다른 하나는 연봉 테이블이다. A등급, B등급, C등급. 숫자들이 잔뜩 나열된 차트가 나를 직격한다. "이번엔 A등급이겠지?" 스스로 되뇌며 팀장님이 부르기를 기다린다. 몇 년째 B등급에 머물던 내가 이번에는 한 단계라도 올라가야 한다고 결심했다. 드디어 내 차례. 협상 테이블 앞에 앉자, 평소 익숙했던 사무실 책상이 멀게 느껴진다. 상사 앞의 테이블은 다른 의미로 무겁다. "이번 평가, 아쉽지만 B등급입니다." 그 순간, 테이블 위에 있던 커피 잔 자국이 떠오른다.

캘린더는 빈칸을 사랑한다

구글 캘린더를 열 때마다 나는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 든다. 하루를 채우는 일정들은 각기 다른 조각처럼 보이고, 빈틈없이 맞춰야 한다는 압박감이 따라붙는다. 미팅 하나를 잡으려면 다른 사람의 캘린더 속 빈칸을 찾아내야 하고, 겨우 시간을 맞춘 순간 조각이 딱 들어맞는 뿌듯함과 피로가 동시에 밀려온다. 하지만 캘린더와 퍼즐의 차이점은 하나다. 완벽한 캘린더는 빈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빈칸 없이 빼곡히 채워진 캘린더를 볼 때면 숨이 막힌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블럭처럼 쌓인 일정 사이에서 나는 마치 움직일 공간조차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반대로, 캘린더 속 빈칸은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작은 여백이다. 그곳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다. 잠시 멈추고, 돌아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공간이다. 퍼즐의 완..

연초의 목표를 찾아서: 타임머신이 필요해

성과평가 문서를 열자마자 멘붕이 찾아왔다. “내가 연초에 뭘 목표로 제출했더라?”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딘가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작년 메일함을 뒤지고, 드라이브 폴더를 샅샅이 뒤졌지만, 여전히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아, 그때 대충 제출하긴 했는데... 대체 뭐였지?" 연말이 되니 연초의 나는 존재감이 없는 과거의 유령처럼 느껴졌다. 결국 팀장님이 공유해준 업무 목표 자료를 열어보고 나서야 “아, 맞다! 이걸 적었지”라는 허탈한 깨달음이 찾아왔다.문제를 해결했지만, 이미 한참을 허비한 뒤였다. “내년에는 꼭 제대로 기록해두자”라는 결심을 다시 한 번 했지만, 그 다짐이 내년에도 지켜질지는 모르겠다. 성과평가란 지난 1년 동안의 기억을 캐내는 고난의 작업이자, 결국 '다신 이..

휴일 근무 안 오케이...

휴일의 시작은 늘 고요하다. 침대는 나를 붙잡고, 나는 침대를 배신할 수 없다. 그래도 오늘 해야 할 일이 머릿속에 스멀스멀 올라온다. "몇 시부터 하면 될 것 같아.. 조금만 더 누워 있다가 할까?" 일을 하려고 생각하니 갑자기 커피가 간절해졌다. "일을 하려면 커피는 필수지."  추운 날씨에도 나가서 커피를 테이크아웃 했다. 거실에 쌓인 빨래가 눈에 띈다. "아, 이것만 개키자." 빨래를 개키며 커피를 마시는 동안, 창밖의 햇살이 너무 평화로워 보인다. 아직도 서재로 들어갈 수 없다. 지금부터 일하면 몇 시간 일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본다. 잠깐 쉬었다가 해도 될 것 같다. 43분은 너무 애매한 시간이라, 정각부터 시작하고 싶다. 소파에 눕는 순간 유튜브의 세계가 손짓한다. 강아지 훈련 영상과 여행 브..

회사에서 하는 생일파티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가 울려 퍼지는 회의실 한가운데, 나는 억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테이블 위엔 초가 꽂힌 케이크.고맙긴 한데, 솔직히 좀 부담스러웠다. “몇 살 된 거죠?” 초를 꼽기 위해 물어보는 선배의 질문에, 한국 나이로 해야 하나, 윤서열 나이(만나이)로 해야하나 잠깐 고민해보다가 만 나이로 대답한다. "그냥 세 개만 꽂아주세용" 어색한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왜 생일이면 꼭 나이를 묻는 걸까? “고맙습니다!” 어설프게나마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건낸다. 박수와 웃음 속에서 케이크를 자르며 문득 생각했다. 내년에도 여기서 생일파티를 할 수 있으려나... 윰스 생일파티 포토프레임 가면, 케이크, 1개 - 파티모자 | 쿠팡쿠팡에서 4.5 구매하고 더 많은 혜택을 받으세요! 지금 할인..

커피라는 협상

직장인의 커피는 협상의 도구다. 아침에는 잠들어 있던 뇌와 타협하며, “이 한 잔이면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점심 이후엔 책상 위로 쏟아진 서류들과 거래하며, “이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만 집중하자”는 계약을 맺는다.커피는 직장인의 삶에서 가장 은밀한 약속이다. “오늘은 정말 힘들다”라는 말 대신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흡입하며, “그래도 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속내를 다독인다.커피는 결코 일방적이지 않다. 한 잔의 커피는 시간과 체력을 빼앗고, 대신 한숨 돌릴 여유를 준다.직장인의 책상 위에 놓인 커피잔은 선언이다. “그래, 오늘도 해낼 거야.” 한 모금을 마시며 또다시 하루를 살아간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직장인

크리스마스 트리는 팀워크를 닮았습니다. 나무 한 그루만으로도 의미 있지만, 다양한 장식이 더해질 때 비로소 트리가 완성되는 것은 팀원 각자의 개성과 능력이 모여 더 큰 시너지를 만드는 직장의 모습과도 닮았죠. 전구는 동료들의 아이디어, 반짝이는 장식은 각자의 성과, 꼭대기의 별은 우리가 함께 이루고자 하는 목표처럼 보입니다. 누군가는 기반을 다지고, 또 다른 누군가는 마무리를 책임지는 과정도 트리를 꾸미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것들이 팀워크를 통해 빛나듯, 크리스마스 트리는 우리에게 함께할 때의 아름다움을 떠올리게 합니다.

여행 기념품에 대해서

여행 기념품이 질투심을 상쇄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기념품을 통해 동료들과의 긍정적인 소통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념품을 나누는 순간, 여행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면서 동료들 간의 유대감이 형성 될 수 있다.기념품이 그 자체로 독특하고 재미있는 요소일 경우, 동료들은 그것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느끼며 긍정적인 감정을 가질 수도 있다. 이처럼 기념품은 질투심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사람들 간의 친밀감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는 커피의 정수를 작은 컵에 담은 농축 음료다. 1900년대 초 이탈리아에서 발명된 에스프레소는 고압의 스팀이나 물을 이용해 곱게 간 커피 원두에서 빠르게 추출된다. 이 과정에서 진하고 강렬한 풍미와 부드러운 크레마(거품층)가 특징적으로 형성된다.1회 제공량은 보통 25~30ml로, 작지만 강한 커피의 맛과 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원두의 특성이 직접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로스팅과 추출 방식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에스프레소는 단독으로 즐기기도 하지만, 라떼, 카푸치노, 아메리카노 등 다양한 음료의 기본이 되는 역할을 한다. 이를 바탕으로 커피 문화는 창의성과 다채로운 음료로 확장되었다.커피 애호가들에게 에스프레소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커피의 본질을 맛보는 경험이다. 작은 한 잔..

설렁탕

식당에서 점심 메뉴를 고를 때마다 설렁탕이 눈에 들어온다. 매번 먹는 것도 아닌데, 어쩐지 지겨운 느낌이다. 하얀 국물에 고기 몇 점, 파 송송 썰어 넣고 소금 간을 해가며 먹는 방식도 늘 같다. 반찬으로 나오는 김치와 깍두기도 변함없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주문 버튼을 누르는 손이 멈추지 않는다. 뜨거운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으면 입안에 퍼지는 깊은 풍미가 마음을 녹인다. 밥을 말아 김치와 함께 먹으면 속이 든든해지고,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는 듯하다. 지겹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맛을 잊을 수 없다.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은 설렁탕이 그리워진다.지겨운데도 맛있는 건, 아마도 익숙함 속에서 오는 편안함 때문일 것이다. 설렁탕은 그렇게 내 점심시간을 채워주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