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가 된 직장인 4

[소설] 건물주가 된 B급 직장인 4

"그냥 한 번 해보고 싶다니까!"J의 목소리가 거실에 울렸다. 남편은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꾸했다. "근데 에어비앤비 불법 아니야? 합법이라도, 돈 버는 게 쉬울 것 같아?""남들은 다 잘만 하던데? 회사 동료도 그렇고. 우리도 해보면 되잖아." 야근에 지쳐 돌아온 어느 날, J는 남편에게 다시 에어비앤비 이야기를 꺼냈다. 야근이 반복될수록 J는 ‘과연 언제까지 이렇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럴수록 부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하며 소소한 용돈벌이는 하고 있었지만, 한 달 커피값 정도 벌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L의 에어비앤비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진짜 돈 버는 일이 허상만은 아니구나’ 싶었고,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

[소설] 건물주가 된 B급 직장인 3

J는 팀원들에게 점심약속이 있다고 말하고 서둘러 카페로 향했다. 역시 회사 사람은 한 명도 없군! 팀원들이 안 갈 것 같은 장소를 찾다보니 발견한 곳이었는데 카페는 생각보다 훨씬 감성적이었다. 통유리로 빛이 가득 들어오고, 곳곳에 식물들이 아늑하게 배치된 공간이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J는 먼저 도착해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따뜻한 라떼와 함께 카페의 따스한 공기를 느끼며, L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L이 등장했다. J는 손을 흔들며 자리를 권했다.L: “와, 여기 정말 좋네요! 덕분에 새로운 카페 알게 됐어요.”J: “그러게요. 저도 사진만 보고 찾아왔는데 분위기 진짜 대박이죠? 요즘 성수에 예쁜 카페들이 엄청 많더라고요.” 둘은 메뉴판을 보며 크로아상 샌드위치와 아보카도 토스트..

[소설] 건물주가 된 B급 직장인 2

"J님, 제가 비밀 알려드리면 지켜주실 수 있나요?" 공기의 흐름을 바꾸는 대사였다. J는 순간 온몸에 도파민이 돌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비밀'이라니! 직장 동료의 비밀이라니!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뭘까? 사내연애라도 하나? 근데 기혼이라고 했잖아. 설마 회사 사람이랑 결혼한 건가? 아니면 사장 딸이라든지? J의 머릿속을 수많은 추측들이 5초 만에 휩쓸고 지나갔다. 마치 인터스텔라 속 10분이 10년처럼 길게 느껴지는 행성에 온 듯했다. "뭔데요?" 최대한 무심한 척 물었다. "저 사실... 에어비앤비 하고 있어요." 에이, 뭐야. 김이 확 식었다. "그게 왜 비밀이에요?" L은 곤란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겸업 금지는 아니지만, 회사에 신고해야 하고 혹시 업무에 지장이 생기면 부업 때문으로 오해받..

[소설] 건물주가 된 B급 직장인

둥근해 미친거 또 떴네.오늘도 여느때와 다름없는 출근이다. 동탄에서 성수까지, 왕복 2시간이 걸리는 길을 일주일에 5번 왕복하고 있다. 서울숲역에 내려 성수에 있는 회사까지 약 15분간 걷는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실감한다. 초록색 나무들은 어느새 화려한 단풍옷으로 갈아 입었다. 칙칙한 것은 내 옷차림과 표정뿐이다. 어제도 야근을 했는데 오늘도 야근을 할 것 같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직무를 잘못 선택한건지, 업종을 잘못선택한건지 여러가지 생각이 스친다. 이 길을 앞으로 얼마나 더 걸어야 할까? 회사원으로 얼만큼 승부를 볼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내가 과연 팀장이 될 수 있을까? 팀장은 커녕 대리도 겨우 달았다. 팀장이 되려면 앞으로 얼마나 더 해야할까. 지금 회사에선 못할것 같다. 위에 팀장님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