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한 번 해보고 싶다니까!"
J의 목소리가 거실에 울렸다. 남편은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꾸했다.
"근데 에어비앤비 불법 아니야? 합법이라도, 돈 버는 게 쉬울 것 같아?"
"남들은 다 잘만 하던데? 회사 동료도 그렇고. 우리도 해보면 되잖아."
야근에 지쳐 돌아온 어느 날, J는 남편에게 다시 에어비앤비 이야기를 꺼냈다. 야근이 반복될수록 J는 ‘과연 언제까지 이렇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럴수록 부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하며 소소한 용돈벌이는 하고 있었지만, 한 달 커피값 정도 벌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L의 에어비앤비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진짜 돈 버는 일이 허상만은 아니구나’ 싶었고,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J의 남편은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었고, J가 새롭게 도전하려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러던 남편이 스마트폰 화면을 J에게 내밀었다.
갑자기 상가를?
"그럼 이건 어때? 에어비앤비보단 현실적일 것 같은데."
J는 남편이 보여준 화면을 보고 눈을 깜박였다. 상가 매물 정보였다. 서울 근교의 8억짜리 상가였다.
"8억? 그 돈이 어디서 나서 이걸 사?"
J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남편을 바라봤다. 남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출받으면 되지. 상가는 보통 최대한 대출로 사는 거래야. 이건 수익률이 6%대라는데?"
남편의 설명은 구체적이었다. 매달 월세 400만 원, 보증금은 5천만 원. 관건은 대출 한도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였다.
J는 한 번도 대출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다소 겁이 났지만, 상담이라도 받아보기로 했다.
대출 상담
다음 날, J와 남편은 은행을 찾았다. 은행 상담실에 앉아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J는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8억짜리 매물이라고 해도 감정평가를 기준으로 대출 한도가 정해져요. 감정가 대비 60% 대출이 가능하다고 가정하면 약 5억 정도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RTI 기준으로도 안정적이네요."
J는 난감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RTI… 그게 뭐예요?"
은행 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RTI는 ‘Rental to Interest’의 약자로, 임대 수익 대비 이자 상환 비율이에요. 쉽게 말해, 대출받아도 임대 수익으로 이자를 충분히 갚을 수 있는지를 보는 지표죠. RTI가 높을수록 대출 심사에 유리합니다."
"그럼 대출이자는 얼마나 되나요?" 남편이 물었다.
"현재 금리는 연 6% 수준이고, 5억 대출 시 월 이자는 약 240만 원 정도 됩니다."
J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시작했다.
"월세 400만 원에서 이자 내고 남는 게 우리 수익이 되는 거네요."
투자에 대한 갈등
상담을 마친 후, 둘은 근처 카페에 앉아 매물을 다시 검토했다.
"난 좀 불안한데. 이자보다 월세가 높긴 하지만, 만약에 공실이 생기면 어떡해?" J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그래도 이 상가는 학교랑 아파트 근처라 공실 가능성이 낮아 보여. 앞으로 가치도 더 오를 거고."
남편은 상가에 이미 마음이 간 듯 보였다.
하지만 J는 여전히 의문이 들었다.
"그럼 만약에 공실이 나거나 상가에 문제가 생기면? 대출만 떠안는 거잖아."
남편도 잠시 말문이 막힌 듯 했다.
"맞아, 리스크는 있지. 그래서 계약 전에 상권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해."
상권 답사
며칠 후, J와 남편은 매물을 확인하기 위해 상가가 있는 지역으로 향했다.
상가는 골목 안쪽에 위치했지만, 주변에는 아파트 단지와 학교가 있어 유동 인구가 많아 보였다.
"괜찮아 보이는데…?" J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응, 하지만 이걸로 우리가 원하는 만큼 수익이 나올지는 더 계산해봐야 해."
남편은 상가 내부를 꼼꼼히 살피며 임대료를 올릴 여지가 있는지, 리모델링 비용은 얼마나 들지 체크했다.
결정의 갈림길
집으로 돌아온 후, J는 고민에 빠졌다.
"그냥 이 돈으로 에어비앤비 하면 안 돼? 상가보단 쉬워 보이잖아. 초기 투자금도 훨씬 적고."
남편은 고개를 저었다.
"쉽게 보이는 일이 더 위험해. 상가는 꾸준히 수익이 나오니까 안정적이잖아. 우리가 진짜 부자가 되려면 이런 걸 하나씩 해나가야 해."
남편의 말도 일리가 있어 보였지만, J는 여전히 찜찜함이 남았다. 대출 이자가 너무 높아 보였고, 금리를 낮추기 위해 다른 은행 몇 군데를 더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상가든 에어비앤비든, 결국 뭔가를 시도하지 않으면 지금의 내 삶은 바뀌지 않겠지.'
그날 이후, J의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절대 상가 사지 마세요’, ‘상가 투자 실패담’, ‘상가 투자로 돈 번 비결’ 같은 상반된 영상이 동시에 뜨기 시작했다.
J는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내가 정말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부동산 용어: RTI
- RTI (Rental to Interest):
임대수익 대비 대출 이자 상환 비율.
RTI=연간 임대 수익연간 이자 비용RTI = \frac{\text{연간 임대 수익}}{\text{연간 이자 비용}}
- 1 이상: 안정적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음.
- 1 미만: 대출 상환 위험이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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