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가 된 직장인

[소설] 건물주가 된 B급 직장인 3

윤글: 글쓰는 사람 2024. 11. 9. 20:49

J는 팀원들에게 점심약속이 있다고 말하고 서둘러 카페로 향했다. 역시 회사 사람은 한 명도 없군! 팀원들이 안 갈 것 같은 장소를 찾다보니 발견한 곳이었는데 카페는 생각보다 훨씬 감성적이었다. 통유리로 빛이 가득 들어오고, 곳곳에 식물들이 아늑하게 배치된 공간이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J는 먼저 도착해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따뜻한 라떼와 함께 카페의 따스한 공기를 느끼며, L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L이 등장했다. J는 손을 흔들며 자리를 권했다.

L: “와, 여기 정말 좋네요! 덕분에 새로운 카페 알게 됐어요.”

J: “그러게요. 저도 사진만 보고 찾아왔는데 분위기 진짜 대박이죠? 요즘 성수에 예쁜 카페들이 엄청 많더라고요.”

 

둘은 메뉴판을 보며 크로아상 샌드위치와 아보카도 토스트, 그리고 에그베네딕트를 주문했다. 커피와 함께 브런치를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J는 본론으로 들어갈 타이밍을 엿보고 있었다. 둘 사이에 잠깐의 여유가 생긴 순간, J가 말을 꺼냈다.

 

J: “어제 들은 얘기, 궁금해서 밤새 에어비앤비 검색해봤어요. L님처럼 저도 뭔가 시도해보고 싶더라고요.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L은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목소리를 낮추고 비밀스러운 대화를 이어나갔다.

 

L: "J님, 에어비앤비 하실 거라면 합법  에어비앤비의 조건부터 잘 아셔야 해요."

 

J: "합법이요? 듣긴 했는데 정확히는 몰라요. 그냥 마음에 드는 집 빌려주면 되는 거 아닌가요?"

 

L: "그럼 진작에 다들 하고 있겠죠. 사실 주거용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단기 임대가 원칙적으로 불법이에요. 대신 관광숙박업이나 농어촌 민박처럼 특정 요건을 갖춘 매물만 허가를 받을 수 있거든요."

 

J: "관광숙박업? 완전 새로 듣는 얘긴데요. 조금만 더 설명해 주시면 안 돼요?"

 

L: "예를 들어, 관광숙박업 같은 경우에는 관광진흥법에 따라 특정 지역에서만 허가가 나오고요, 농어촌 지역 단독주택은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민박업 등록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농어촌 주택에선 가능하지만, 서울 시내 아파트는 원칙적으로 불가죠."

 

J: "진짜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네요. 그럼 오피스텔은 어떻게 돼요?"

 

L: "오피스텔은 상업용으로 등록된 경우에만 가능해요. 근데 구청에 사업자 등록증을 받아야 하고, 여러 위생 조건도 갖춰야 해서 준비할 게 많아요."

 

J는 L의 설명을 듣는 내내 점점 끌리면서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고 싶다는 마음이 막연한 호기심에서 확신으로 바뀌어가지만, 뭔가 준비해야 할 것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어디 대행업체 없나? 귀찮은 것 천지네'

 

예전의 에어비앤비는 단속이 심하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수익성이 높아 도전했던 영역이었지만 최근에는 규제가 매우 심해진 듯 했다.

 

L: "저는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청소는 사람을 써서 하고 있어요. 제가 직접 가서 청소하는 것 보다 회사에서 돈을 버는 게 더 남는 장사더라구요."

 

J는 자연스럽게 L의 설명에 귀가 솔깃해졌다. 안정된 수익을 위해 단기 숙박 사업을 하는 모습이 점점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막상 이걸 어떻게 준비할지 생각하면 겁이 나기도 한다.

 

J: "그럼 지금도 매물을 더 알아보고 계신 거예요?"

L: "네, 이번엔 남편이랑 한옥 매물을 보고 있는데, 이게 또 엄청 비싸더라요. 관광특구로 등록된 한옥은 가능해서 매력적이긴 한데,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쉽게 결정할 수가 없네요.

 

'역시, 진입 장벽이 높긴 하네... 그래도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 다들 나만 빼고 이런 걸로 돈을 버는 것 같단 말이지…’ J는 차갑게 식은 라떼를 한 모금 삼키며 생각했다.

 

하지만 J는 오후 회의 일정이 가까워지자, 에어비앤비에 대한 호기심을 잠시 접어야 했다. ‘일단 오늘 야근할 생각부터 해야지. 감사 자료도 준비해야 하고…’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현실이 새삼스레 가깝게 다가왔다.

 

그날 저녁, J는 다른 동료들과 사무실에 남아 감사 자료 준비에 몰두했다.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잠깐씩 들었지만, 팀장님의 몰아치는 자료 요청에 길게 생각할 틈이 없었다.


합법적으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방법